LOG 001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봅니다. 응급실 밖에서는 AI와 함께 회사를 만들어 나갑니다.
2026-07-12
저는 응급의학과 의사입니다. 오늘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봤습니다.
이 일을 오래,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솔직하게 꺼내야 할 두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소송입니다. 응급실은 매 순간이 판단의 연속이고, 최선을 다한 판단조차 결과가 나쁘면 법정에 설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소송이 두려운 의사는 조금씩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물러서는 순간, 환자에게 최선인 진료와 나를 지키는 진료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돈을 더 벌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적 방패가 있어야 소송이 두렵지 않고, 소송이 두렵지 않아야 제 신념에 맞는 진료와 치료를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습니다. 응급실 밖의 수입은 사치가 아니라, 응급실 안의 소신을 지키는 조건입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의사의 미래가 머지않아 둘로 나뉜다고 믿습니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 이 일은 수익을 내는 도전인 동시에, 제가 앞의 편에 서기 위한 훈련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생겼습니다.
응급실 밖에서, 시간을 팔지 않고 가치를 만드는 구조를 나도 만들 수 있을까?
저는 오래전부터 책을 읽고, 읽은 것을 글로 남겨왔습니다. 투자를 공부한 것도 같은 질문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무언가가 달라졌습니다. AI와 협업하면, 개발을 배운 적 없는 제가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실제로 하나 만들었습니다. Mosun Brief — AI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매주 맞춤 브리핑을 보내주는 작은 서비스입니다. 잘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중요한 건, 몇 년 전의 저라면 시도조차 못 했을 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기록을 시작합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응급실 밖에서, 의사 혼자서도, AI와 협업하면 수익을 내는 1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이곳에서 전 과정을 공개하며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의 규칙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다섯 가지를 약속합니다.
1. 숫자를 전부 공개합니다. 방문자 수, 구독자 수, 수익. 지금은 대부분 0입니다. 0부터 공개해야 이 기록이 정직해지고, 언젠가 그래프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때 비로소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지도가 됩니다.
2. 실패도 기록합니다. 성공한 것만 골라 쓰면 그건 일지가 아니라 광고입니다. 접은 아이디어, 반응 없던 글, 헛돈 쓴 시도까지 남기겠습니다.
3. 재현 가능하게 씁니다. "AI로 만들었다"가 아니라, 어떤 도구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까지 씁니다. 읽는 분이 따라 할 수 있어야 이 기록에 의미가 있습니다.
4. 필명으로 씁니다. 제가 의사라는 사실만 밝힙니다. 진료실의 나와 기록하는 나를 분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약속하겠습니다 — 이 기록이 충분히 자라면, 그때는 이름을 걸겠습니다.
5. 주 1회 기록합니다. 빈도보다 지속을 우선합니다. 화려한 글 열 편보다, 끊기지 않는 것이 이 기록의 생명입니다.
지금 가진 것
- 읽고 쓰며 쌓아온 블로그
- 첫 작품 Mosun Brief (현재 수익: 0원)
- 그리고 응급실 밖의 시간, 약간
이 기록이 향하는 곳
솔직히 말하면 이 여정이 어디에 도착할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책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도가 없을 때는, 기록이 지도가 된다는 것.
제 필명은 '모순책장'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손으로 수익을 궁리하고, 읽기만 하던 사람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이 한 사람 안에서 부딪힐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 여기는 그 기록입니다. 첫 작품의 이름(Mosun Brief)도 여기서 왔습니다.
다음 글은 Mosun Brief를 만든 과정입니다. 개발을 모르는 의사가 AI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비스 하나를 배포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쓰겠습니다.
이 기록을 지켜봐 주세요. 0에서 시작하는 걸 목격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 응급의학과 의사, 모순책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