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책장.

LOG 001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봅니다. 응급실 밖에서는 AI와 회사를 짓습니다.

저는 응급의학과 의사입니다. 오늘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봤습니다.

이 일을 오래,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솔직하게 꺼내야 할 두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소송입니다. 응급실은 매 순간이 판단의 연속이고, 최선을 다한 판단조차 결과가 나쁘면 법정에 설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소송이 두려운 의사는 조금씩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물러서는 순간, 환자에게 최선인 진료와 나를 지키는 진료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돈을 더 벌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적 방패가 있어야 소송이 두렵지 않고, 소송이 두렵지 않아야 제 신념에 맞는 진료와 치료를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습니다. 응급실 밖의 수입은 사치가 아니라, 응급실 안의 소신을 지키는 조건입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의사의 미래가 머지않아 둘로 나뉜다고 믿습니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 이 실험은 수익을 내는 실험인 동시에, 제가 앞의 편에 서기 위한 훈련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생겼습니다.

응급실 밖에서, 시간을 팔지 않고 가치를 만드는 구조를 나도 만들 수 있을까?

저는 오래전부터 책을 읽고, 읽은 것을 글로 남겨왔습니다. 투자를 공부한 것도 같은 질문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무언가가 달라졌습니다. AI와 협업하면, 개발을 배운 적 없는 제가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실제로 하나 만들었습니다. Mosun Brief — AI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매주 맞춤 브리핑을 보내주는 작은 서비스입니다. 잘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중요한 건, 몇 년 전의 저라면 시도조차 못 했을 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실험을 시작합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응급실 밖에서, 의사 혼자서도, AI와 협업하면 수익을 내는 1인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이곳에서 전 과정을 공개하며 확인하겠습니다.

실험의 규칙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다섯 가지를 약속합니다.

1. 숫자를 전부 공개합니다. 방문자 수, 구독자 수, 수익. 지금은 대부분 0입니다. 0부터 공개해야 이 기록이 정직해지고, 언젠가 그래프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때 비로소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지도가 됩니다.

2. 실패도 기록합니다. 성공한 것만 골라 쓰면 그건 실험 일지가 아니라 광고입니다. 접은 아이디어, 반응 없던 글, 헛돈 쓴 시도까지 남기겠습니다.

3. 재현 가능하게 씁니다. "AI로 만들었다"가 아니라, 어떤 도구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까지 씁니다. 읽는 분이 따라 할 수 있어야 이 기록에 의미가 있습니다.

4. 필명으로 씁니다. 제가 의사라는 사실만 밝힙니다. 진료실의 나와 실험실의 나를 분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약속하겠습니다 — 이 실험이 충분히 자라면, 그때는 이름을 걸겠습니다.

5. 주 1회 기록합니다. 빈도보다 지속을 우선합니다. 화려한 글 열 편보다, 끊기지 않는 기록이 이 실험의 생명입니다.

지금 가진 것

  • 읽고 쓰며 쌓아온 블로그
  • 첫 실험작 Mosun Brief (현재 수익: 0원)
  • 그리고 응급실 밖의 시간, 약간

이 기록이 향하는 곳

솔직히 말하면 이 실험이 어디에 도착할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책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도가 없을 때는, 기록이 지도가 된다는 것.

다음 글은 Mosun Brief를 만든 과정입니다. 개발을 모르는 의사가 AI와 어떤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비스 하나를 배포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쓰겠습니다.

이 실험을 지켜봐 주세요. 0에서 시작하는 걸 목격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 응급의학과 의사, 모순책장 드림